FA(자유계약선수) 제도는 선수의 권익을 보장하는 동시에 팀 간 전력 균형을 위한 장치지만, KBO에서는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계약 기간, 보상 규정, 구단 운영 방식 등의 구조적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FA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 본 글에서는 FA 제도의 흐름과 현재 드러나는 문제점을 분석한다.
FA 제도의 도입과 한국형 FA의 특징
KBO 리그에서 FA 제도는 1999년부터 도입되었다. 이는 선수들이 일정 기간 이상 소속 구단에서 뛰었을 경우, 자유롭게 타 구단과 계약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도입 초기에는 선수의 권익 보장 차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일부 스타 선수들이 거액 계약을 체결하며 리그 전체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한국형 FA 제도는 메이저리그의 그것과는 다소 차별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FA 자격을 얻기 위해 소요되는 기간이 너무 길다는 점, 원소속 구단이 보상 선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 등은 선수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해왔다. 보상선수 제도는 특히 FA 시장의 위축을 불러왔으며, 구단 입장에서는 주전급 선수를 잃을 우려로 인해 적극적인 영입을 꺼리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처럼 FA 제도는 그 취지와 달리 선수 이동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FA 제도 운영상의 주요 문제점
첫째, 자격 취득까지의 기간이 과도하게 길다. KBO는 2021년까지 9시즌을 소화해야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고, 이후 개정으로 8시즌으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장기 계약 없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는 선수의 전성기가 지난 후에야 FA를 맞이하게 되어 적정 가치 평가가 어렵게 만든다. 둘째, 보상선수 제도의 폐단이다. 원소속 구단은 계약금의 일정 비율 + 1명의 보호 외 선수를 요구할 수 있으며, 이는 중하위권 팀이나 신생 구단이 FA 영입에 소극적인 이유가 된다. 셋째, 비공개 계약 문화와 협상 구조의 비대칭성도 문제다. 선수와 구단 간 협상이 투명하지 않아 일부 선수는 자신의 시장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넷째, 구단의 전략적 계약 회피도 눈에 띈다. 특정 선수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출장 수를 줄여 FA 자격 취득을 지연시키는 방식도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일부 FA 선수의 과대평가와 계약 이후 성적 저하 사례는 팬과 구단 모두에게 실망을 안기며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킨다.
FA 제도 개선을 위한 방향성과 과제
FA 제도는 선수와 구단 간의 신뢰, 그리고 리그 전체의 경쟁력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제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FA 자격 요건을 더욱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보상선수 제도의 폐지 혹은 대체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보상금만으로 대체하거나 보상 대상을 더욱 제한하는 방향으로 논의될 수 있다. 셋째, 계약과 협상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선수 에이전시 제도를 공식화하고, 협상 내용을 일정 부분 공시하는 시스템이 도입될 수 있다. 넷째, FA 취득에 있어 구단의 비윤리적 개입을 막기 위한 제재 조항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팬들과 구단, 선수 모두가 이 제도를 신뢰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KBO는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공정한 FA 시장을 구축해야 하며, 이는 단순히 선수 이동뿐만 아니라 리그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